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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회의

VOL.6 이슈리포트-기후위기 시대. 항공토건을 멈춰라! 2)가덕도신공항 본문

2023 비상 상황실/이슈리포트

VOL.6 이슈리포트-기후위기 시대. 항공토건을 멈춰라! 2)가덕도신공항

한국환경회의 2023. 11. 6. 13:55

한국환경회의는 전국 46개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연대기구입니다. 현 정부와 국회의 천인공노할 생태 학살 정책에 깊이 분노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한 환경파괴 정책과 공약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 상황실’을 구성하여 환경 현안 및 총선을 대응합니다.

 

   기만과 호도로 점철된 정치적 수단 ‘가덕도 신공항’

 

가덕도신공항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이하 부산엑스포, 현재 개최지 미정)의 개최와 함께 신속한 건설을 위해 모든 절차를 간소화해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건설촉진 특별법(안)」을 국민의힘은 「부산가덕도신공항특별법(안)」을 각각 발의하며 부산엑스포의 유치와 성공적인 개최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이라 공공연히 밝혀왔습니다

 

여야가 앞다퉈 법을 만들고 지원한 가덕도신공항. 많은 문제점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가덕도신공항법)」은 21년 2월 국회의원 181명이 찬성하며 통과되었습니다. 가덕도신공항의 신속한 건설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토의 균형발전 및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 가덕도신공항법 통과 이후 과정도 일사천리였습니다. 

 

가덕도 일원 내 최적의 입지 선정, 공항시설 배치와 장래 항공수요 예측을 통한 적정 규모의 신공항 시설계획 검토를 목적으로 진행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사업비는 늘고 개항시기는 늦춰진데다 여객 수요는 줄었습니다. 수치가 1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비용편익분석(B/C)은 0.51~0.58로 평가되었습니다. 이런 결과에도 22년 4월 기획재정부는 국가재정법상 면제요건 중 법령에 따라 추진해야 하는 사업(8호), 지역균형발전 등 국가정책적 추진 필요 사업(10호)에 해당한다며 가덕도신공항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습니다. 가덕도신공항은 낮은 경제성과 부족한 명분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예비타당성조사
국가제정법 제38조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한 예산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대규모 재정투입이 예상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경제성, 재원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에 따라 2035년 6월 개항을 목표로 100% 인공섬 활주로 건설 내용이 담긴 기본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발표 1년이 채 되지 않은 2023년 3월, 계획을 폐지하고 인공섬 활주로에서 육지-해양을 잇는 계획으로 변경(개항 로드맵)하며 부산엑스포 개최 전 개항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국토부는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된 건설 계획안을 발표하며 부산엑스포 개최 이전에 가덕도신공항을 안전하게 개항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며, 조기 개항을 위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국토부는 부산엑스포 유치가 실패하더라도 특별법에 의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만약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부산엑스포와 상관없이 추진된다면 가덕도신공항의 신속한 건설의 이유와 명분은 상실된 것입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덕도신공항 사업비

가덕도 신공항의 사업비는 수직 상승 중입니다. 가덕도신공항 국제선 활주로 단 1본을 건설하는 데에만 15조 4,000억 원이 들것으로 추산됩니다. 최초 부산시가 제시한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비는 7조 5,400억 원이었습니다. 2022년 4월 사전타당성 검토에서는 13조 7,000억 원이었으며, 올해 3월 발표한  2029년 12월 개항 로드맵은 15조 4,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추산하고 있습니다. 개항 로드맵을 발표할 당시 기존 기본계획안 예산 13조 4,000억 원과 비슷할 것이라는 국토부의 발표와는 다르게 사업비는 10% 상승했습니다. 애초 부산시가 사업비와 비교한다면 두 배 증가한 금액입니다. 게다가 공항 접근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덕도신공항 접근 철도 건설사업 1조 5,000억 원을 포함한다면 실제 사업비는 17조 원을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 안전 담보한 도박, 가덕도신공항 안전성

공항 건설의 최우선 과제는 안전성입니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개항을 2029년 12월로 앞당기며 국수봉(269m), 남산(188m), 성토봉(179m) 등 3개의 산을 절취해 매립하고 육지-해양을 잇는 매립식 활주로 방식 추진을 결정했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국토부는 이미 사전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통해  매립식의 부등침하(연약지반이 가라앉으면서 땅이 불규칙하게 내려앉는 것) 우려가 높다고 밝혔습니다. 육지와 해상에 걸쳐 활주로를 건설할 경우 지지력이 균등하지 않아 부등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항공기 이착륙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향후 공항 확장성도 떨어지는 매립식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 1년새 달라진 이유가  부산엑스포에 맞춰 공기 단축이 가능한 안이기 때문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가덕도는 외해(外海) 공항으로 바람·파도·안개·태풍에 취약합니다. 2016년 영남권 신공항 건설 입지 타당성 결과에서 가덕도는 태풍과 해일에 취약하고 바다 위 연약한 지반이라는 이유로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최하위 점수를 받았습니다.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대외비 보고서에도 가덕도는 외해에 직접 노출되어 조류와 파도에 대응하는 공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해상매립공사만 6년 이상이 소요되고, 이러한 공사를 하더라도 태풍 피해는 막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국토부의 기본계획안을 살펴보면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안전성 등급은 2등급(CAT II)입니다. 김해공항의 취약한 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건설되는 공항이 동일한 안전성 등급이라는 점에서 또한번 명분을 잃습니다. 안전성 2등급은 기상이 나쁠 경우 회항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산 높이의 3.5배까지 풍속이 증가하는 측풍난류 현상은 연대봉(459m)에 의해 비행기 이착륙구간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김해공항은 기상 문제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7개월) 총 368편이 결항 되었습니다. 가덕도는 김해보다 환경조건이 더 나쁘기 때문에 더 많은 결항 사태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덕도신공항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조류 충돌 우려입니다. 미연방항공국에서는 조류 충돌 및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항 운영 구역의 외곽 가장자리와 야생동물을 유인하는 구역 사이에는 최소 반경 8km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 건설 지역은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가 반경 8km이내에 위치하고 있어 조류 충돌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그리고 낙동강하구는 람사르협약에 따른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국제적으로 중요한 생태습지이며,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179호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로 매년 수만 마리의 물새들이 도래하는 지역입니다. 낙동강하구에 서식하는 큰고니, 큰부리큰기러기, 민물가마우지 등은 모두 떼를 지어 이동하는 대형 물새이기 때문에 항공기의 이륙과 접근 시에 고위험종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의 훼손을 가져올 뿐 아니라 항공기의 안전 또한 담보할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지진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활성단층인 양산단층이 가덕도 최인근 육지 연안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양산단층을 따라 포항지진, 낙동강 횡단 지하 철도 공사 붕괴(삼락지구 부근) 사고가 있었습니다. 국수봉 등 큰 산을 절취하면 하중의 변화를 유발해 지진 발생 위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인근 진해비행장과 김해공항 공역(항공기 등의 안전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지표면 또는 해수면으로부터 일정높이의 특정 범위로 정해진 공간)이 중첩되는 문제 역시 남아있습니다.

 

불필요한 항공 예산 지출과 경제성 부족한 토건 사업을 멈추어야 할 때

가덕도신공항은 확정도 되지 않은 부산엑스포를 빌미로 국민을 기만하는 계획이며, 정치권이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선거 표심을 경쟁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내년 나라 빚이 올해보다 60조 원 이상 증가해 1,20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부산시의 경제는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부산시와 정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부산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공항 건설이 여객과 물류 증가 등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실패한 공항 건설 사업을 통해 배워왔습니다. 충분한 경제성과 안전성 검토도 없이 부산엑스포 유치와 다가올 총선 등 정치적 목적만을 가지고 성급하게 추진한 신공항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 공항 신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오는 11월 28일은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결정의 날입니다. 부산 유치가 성사되든 성사되지 않든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둘러싼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과제로 남을 것입니다. 각종 입법 농단과 초법적 특혜로 점철된 가덕도신공항법은 폐지되어야 마땅합니다. 국민 기만과 사실 호도를 멈추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반드시 백지화되어야합니다.

 

항공기는 운송수단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비행기로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85g으로, 이는 버스의 4배, 기차의 20배에 달한다. 기후위기 시대, 항공산업과 공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 이라는 뜻의 플뤼그스캄(Flygskam)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킨 스웨덴은 자국 내 세 번째로 큰 브롬마공항을 폐쇄했다. 프랑스 하원은 열차로 2시간 30분 이내 도착 가능한 지역에 대해 국내선 여객기 운항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오스트리아 역시  3시간 미만의 국내선 항공편 비행을 금지한 바 있다. 영국 법원은 히드로 공항의 제3활주로 건설 계획이 파리협정에 따른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책무를 위반한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신공항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난개발은 물론 기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환경회의 이슈리포트는 기후위기 시대, 역행하는 우리나라의 항공토건의 사례를 소개한다.

이슈리포트 「기후위기 시대, 항공토건을 멈춰라!」
VOL.5       ① 제주 제2공항
VOL.6       ② 가덕도 신공항
11월 예정   ③ 흑산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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